덕만과 비담
살아있는 문노에게 품은 애증보다 문노의 죽음이 비담의 난이란 씨앗을 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문노가 엄격한- 특히 비담의 독살 사건 이 후- 스승으로 남길 자처했을 때 비담이 원한 것은 스승이 아니라 아버지가 아니었나 싶다. 부모를 모르고 출신을 모르던 비담이었을때는 그저 자기 꼴리는데로 골목 대장질이나 하며 제멋대로 살았지만 세상을 접하고 나서 그는 그제서야 스승에게 바랐던 것은 애정이었음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덕만을 만난 이 후 종종 원망섞인 분을 토해내던 비담이 아니던가.

문노의 죽음은 이런 비담의 애증을 해소한게 아니라 그냥 그대로 덮어버렸을 뿐 본질적으로 비담이 문노에게 품었던 원망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미 죽은자에게선 어떤 인정도 받을 수가 없다. 문노의 죽음은 비담이 원초적으로 품어왔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봉쇄 당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은 덕만에 의해 새롭게 부각되었다. 덕만이란 접점을 통해 비담은 그제야 세상에 나가게됬다. 방금 껍질을 까고 나온 오리 새끼가 가장 처음 본 것을 어미라고 인식하 듯 그는 본능적으로 덕만에게 끌렸다.

비담으로선 덕만이 가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녀 또한 부모에게 버림 받았고 인정 받기 위해 분주하다. 비담이 덕만에게 흥미를 품었던 것은 자신과는 다른 행동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동질성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출발선은 같으나 다른 갈림길에 들어선 둘의 행적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문노가 죽음으로써 갈데없는 분노는 덕만이란 새로운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같은 처지였으나 비담과 다르게 덕만은 자신의 신분을 되찾고 주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때문이다. 이것은 덕만이 그저 이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자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이다.

그리고 아마도 묘한 배신감 마저 느꼈을지도 모른다. 같은 처지인 주제에 어째서 너는 그렇게 잘 나가고 나는 그렇지 못하냐라는. 비담이 왕위를 꿈꾼 것은 단순히 왕의 자리가 탐이 나서가 아니라 왕이 됨으로해서 문노에게 자신은 인정받을 자격이 있노라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테다. 비담에게 덕만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동지이면서도 그를 알아주지 않는 야속한 배신자인 것이다.

문노는 비담에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남았고 훗 날 비담이 덕만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거나 혹은 덕만이 추구하는 방향이 그의 뜻과 반하게 됬을때 비담은 덕만에게 칼을 겨눴을 것이고 아마 그게 비담의 난이 되지 않을까 싶다.
by 사과주스 | 2009/10/09 18:19 | ◎ 감상밥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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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임랑 at 2009/10/10 13:34
...그저 아무 말없이 박수만 치렵니다. 지금 문노의 죽음 이후부터 비담이 너무 애절하고도 애달프게 나와 미칠 것 같 ㅇ<-< 게다가 저는 그것말고도 비담이 덕만에게서 "어머니" 를 느끼고 있다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 선을 넘어 여자로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비담이 덕만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동지, 동경, 어머니, 여자... 그 외에도 여러모로 꽤나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 유신과 서로 머리 맞대며 이야기를 나누는 덕만을 보는 비담의 표정은 참ㅠㅠㅠ 악악악 "나에게는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되요. 그래야 설레거든요." 악악악<< 비담에게 있어 덕만은 여러모로 떡밥일지도 몰라요 ㅇ<-<

비담과 춘추와의 관계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어요. 정치쪽에서는 꽤나 춘추를 믿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거든요. 아마 본능적으로 춘추의 비상함을 느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둘이 자주 같이 다니잖아요. 막 비담이 춘추 이끌고 여기저기 ㅋㅋㅋ 그때 덕만이 마을 사람 두 명을 벨 때 그 현장에 비담이 춘추 데리고 왔잖아요. 춘추를 이용해서 덕만의 정치를 도와줄려는 것 같은데... 근데 또 춘추는 비담을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이 둘 관계 재밌어요.

어쩌면 자신의 주군 덕만에게서라도 인정 받기 위해 (모 아니면 도?) 여러모로 바쁘게 뛰어다닌 것 같아 눈에 습기가(...) 난 늘 네 곁에 있어. 난 언제나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그러니 내게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줘, 랄까...

비담과 미실의 관계는 오오오...

이 둘은 너무나 서로를 닮아서 슬퍼 미치겠어요 으헝헝ㅠ 운명이 반복되고 있어 오오오...

소닉 떡밥만 해도 미치겠는데 선덕 떡밥도 만만치 않아 요즘 이 떡밥들에서 못 헤어져나오고 있네요 응악응악응악 ㅇ<-<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9/10/12 18:52
비담이 조금 더 건전한 정신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문노의 죽음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었을 거에요. 하지만 워낙에 인정받고나 하는 욕망이 큰지라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존재가 사라졌으니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닳을 수 밖에요. 비담이 덕만에게 모성을 느낀다라...음....개인적으로는 비담이 모정이란 애정보다는 문노에게 받을 수 있는 애정에 더 목말라했다고 생각해요. 비담이 미실을 원망하느냐. 글쎄요. 그런 정겨운? 모자간의 관계라기보다는 그냥 비꼬는 것 처럼 보이더라구요. 설사 미실이 비담을 자신의 아들로 인정한다해도 비담은 그리 기뻐할 것 같진 안네요.

비추가 ㅋㅋㅋㅋ 비감과 춘추의 관계가 굉장히 흥미롭죠. 뭐 지금은 덕만의 라이벌이 되니까 지켜보는 것 같은데 비담의 난에 대한 복합적인 요소가 될 것 같기도 하구요. 뭐 그 전에 갈구는 사이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ㅎㅎㅎㅎ

요즘은 그저 여기도 떡밥 저기도 떡밥. 죽어먹기도 바빠요.
Commented at 2009/10/12 15: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9/10/12 18:54
와앗 감사합니다. 모쪼록 그 곳에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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